
<실패 : 실패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과학자들은 천재가 아니라 실패에 무딘 사람입니다.”
# 연말이 되면 인생에 실패한 것 같아 좌절에 빠지는 친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바로 대학에 떨어진 친구들이죠. 남들 다 가는 것 같은 대학에 떨어진 것도 억울한데 그 지겨운 입시 공부를 한 해 더 해야 한다니 앞이 캄캄하고 억울하고 또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러게 좀 열심히 하지 그랬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열심히 해도 대학에는 떨어지더군요.
#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요? 놀랍게도 95~98퍼센트입니다. 네! 바로 이게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성공만 해요. 그래서 노벨상을 못 받는 거예요.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다 천재일까요? 그래서 실패가 없는 걸까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실패할 수 없는 주제를 연구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구에는 결코 노벨상이 돌아갈 리가 없지요. 과학자들은 천재가 아니라 실패에 무딘 사람입니다.
노벨상을 타고 싶으면 실패를 많이 해야 합니다. 성공한 인생이란 게 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생에 성공하고 싶으면 일단 실패를 많이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실패에 익숙해져도 실패는 견디기 힘든 겁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실패해서 생기는 데미지가 점점 작아지는 거예요. 처음에는 몇 달 걸리던 게 나중에는 하루면 회복되더군요. 오뚝이처럼 쉽게 일어나게 됐습니다. 이걸 교육자들은 굳이 어려운 말로 ‘회복탄력성’이라고 합니다. 탄성계수가 좋은 스프링이 통통 튕겨 나가듯이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은 실패에서 쉽게 일어섭니다.
우리 인생은 깁니다. 길어도 너무 깁니다. 우리 인생에는 무수히 많은 실패라는 지뢰가 깔려 있고, 우리는 그 지뢰를 결코 피할 수 없습니다. 이따금씩 잊을 만하면 지뢰가 터집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회복탄력성입니다.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패를 많이 경험하고, 실패할 때마다 격려받는 것입니다.
# 과학도, 인생도 가끔 틀리는 게 정상입니다.
<비판적 사고 :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능력>
“믿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어렵습니다.
공부란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다가 질문하면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 함부로 믿지 않고 질문하는 것,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언제든 실수할 수 있고 틀릴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과학적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우리는 갈릴레오보다, 다윈보다 더 많은 과학적 지식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그들보다 더 훌륭한 과학자라고 할 수는 없죠. 위대한 과학자들은 새로운 사고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훌륭한 거예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진리가 아니라는 걸 알았죠. 언젠가는 자신의 이론이 깨질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모르는 것도 있다는 걸 인정했어요. 과학은 진리가 아니라 의심과 질문입니다. 과학자는 많은 걸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과학에 정답은 없습니다. 과학 지식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해왔습니다. 과학 지식은 지금 인류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일시적인 답일 뿐입니다. 과학자들은 정답보다 좋은 질문에 관심이 많습니다. 물음을 던지고 논리적 과정을 따라 자신만의 답을 찾아낸다면 그것이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찰 : 보는 법이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진다>
“근본부터 틀렸습니다. 짐승의 세계에도 약육강식은 없습니다.”
# 아프리카 사바나 평원에서 최고 강자는 누구일까요? 사자? 아닙니다. 코끼리입니다. 사방이 바짝 마른 건기에 사자들이겨우 고인 물을 찾아 마시고 있을 때 코끼리가 나타나면 사자들은 자리를 피합니다. 사자가 코끼리를 공격한다는 것은 티코가 덤프트럭을 들이받는 것과 같습니다. 물리적으로 공격 가능한 상대가 아닙니다. 기린, 코뿔소, 하마는 또 어떻습니까? 이들 거대 초식동물들은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심해서, 또는 귀찮아서 육식동물을 공격합니다.
코끼리, 기린, 코뿔소, 하마가 아프리카 평원의 강자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상대적 약자인 사자와 표범 그리고 치타를 먹지 않습니다. 이들 사이에는 약육강식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먹는 까달은 그들이 강자여서가 아닙니다. 고기만 먹어야 하는 기구한 운명으로 태어났기 때문이지요. 초식동물은 풀을 먹을 때 위험을 감수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육식동물은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목숨을 거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최소한만 먹습니다. 배가 등짝에 붙을 때까지 참습니다. 그들도 힘이 빠지면 다른 육식동물의 먹이가 됩니다.
# 습관화는 동물에게 엄청난 이점이 있습니다. 불필요한 걱정과 행동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덩달아 에너지소비도 줄이죠.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면서 삶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로 습관입니다. 이게 습관의 본질이지요. 그런데 우리 인간들은 오히려 삶에 방해가 되는 습관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쓸데없이 걱정하고 쓸데없이 참견하고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습관 말입니다.
<모험심 :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능력>
“쓸데없는 일을 잔뜩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목표 : 나는 어디에 있는가>
“평생의 목적지 같은 것은 없어요. 오늘의 목적지, 이번 주의 목적지, 이번 달, 좀 거창하게 올해의 목적지 정도죠.”
# 누구나 목표를 세우지만 달성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죠. 어떻게 갈리는 것일까요? 목표는 자잘해야 해요. 자잘한 목표는 쉽게 달성하죠. 그러면 기분도 좋아지고요. 우리는 성취감을 먹고 자라는 사람들이잖아요. 자잘한 목표는 설사 실패해도 상관없어요. 워낙 자잘한 것이니까요. 인생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합니다. 그런데 커다란 목표, 오랜 시간이 걸리는 목표는 우리를 피곤하게 합니다. 성취감은 가져보지도 못한 채 결국에는 좌절감만 주죠. 좌절하면 다음 목표를 세우는 일을 아예 포기하게 됩니다. 심지어 자신을 배신하기까지 하죠.
마음속에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하나씩 장착합시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합시다. 그리고 거창한 목표 말고 오늘의 목적지를 입력합시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장착했다고 해서 운전할 때 길을 잃지 않고 항상 잘 찾아갈까요? 그렇지 않더라고요. 내비게이션이 고운 목소리로 제가 다음에 해야 할 행동을 알려줘도 자주 놓쳐요. 그래서 빙 돌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목적지를 잘 찾아가죠. 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측정 : 수치로 말하기>
“항상 숫자가 중요합니다. 맑은 하늘만 보고서 미세먼지 농도를 짐작해서는 안 됩니다.”
# 또 다른 혐오가 있습니다. 바로 화학에 대한 혐오입니다. 어느덧 화학은 자연 또는 천연의 반대말이 되었습니다. 천연 염료는 좋은 것이지만 화학 조미료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유기농 식품은 좋지만 화학 비료를 사용하면 건강과 환경에 나쁩니다. 이런 생각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화학 혐오의 배경에는 숫자를 따지지 않는 게으름이 숨어있습니다. 2018년 11월부터 몇 달 동안 부모들이 신생아에게 백신을 맞히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백신 주사에서 비소가 발견된 것입니다. 아니 어찌 사랑스러운 아기에게 비소 주사를 맞힐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한번쯤 생각해봤어야 했습니다. 설마 없던 비소를 새로 추가하기야 했겠는가 말입니다. 원래 있었습니다. 워낙 적은 양이어서 몰랐을 뿐입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다보니 그 적은 양마저 검출한 것입니다. 그 양은 우리가 먹는 밥 한 숟갈 안에 들어 있는 양 정도입니다.
# 천연 비타민과 화학 비타민은 분자식이 똑같습니다. 세포는 두 비타민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천연 비타민을 먹었다고 해서 세포가 “우리 주인님이 고급진 걸 드셨네. 주인님의 성의에 보답해서 더 튼튼한 세포가 되어야겠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화학 비타민을 먹었다고 해서 세포가 “이게 뭐야. 성의 없게. 삐뚤어질 테야”라고 다짐하지 않습니다.
<개방성 : 새로운 경험에 대한 열린 마음>
“극히 일부 호모 사피엔스만 새로운 세상을 찾아 아프리카를 탈출했습니다.”
<수정 : 끊임없이 자신을 수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성인이 된 다음에도 인간은 꾸준히 성장합니다. 몸이 성장하고 지능이 성장하고 인격이 성장하지요.”
<겸손 : 할 수 없는 것을 아는 것 >
“그냥 운과 재주입니다. 적절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 태양-지구-달의 관계가 지금처럼 놓인 것은 순전히 운입니다. 그 운으로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 스웨덴의 보건학자이자 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은 겸손은 자신의 지시고가 본능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 모른다고 말하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 것,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기존의 의견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같은 겸손이 바로 과학적 사고가 만들어주는 자세입니다. 과학 지식은 계속 쌓이고 변하기에 훌륭한 과학자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합니다. 아울러 새로운 사실을 접하면 기존의 연구방법에 과감한 변화를 시도합니다. 이처럼 과학자와 같은 사고를 내재한다면 인간은 조금 더 겸손하게 시상과 사물, 그리고 사람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공감 : 인류 진화의 원동력>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위로가 됩니다. 즉 위로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안아주는 겁니다.”
# 수조에 갇힌 돌고래는 평생을 이명 현상에 시달리면서 삽니다. 그것도 하루 종일 말입니다. 안타까운 일은 이명이 자신의 신체 이상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신체 이상이라면 치유를 기대할 수 있는데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 때문이라 자연적으로는 해결 방법이 없습니다. .. 수족관의 크기를 점차 키우고 있지만 소용없는 노릇입니다. 아무리 커봤자 수족관은 수족관일 뿐이고 돌고래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거든요. 생태학자 최재천 선생은 “죽기 전에 이 세상 수족관에 있는 모든 돌고래를 한 마리도 빠짐없이 바다로 돌려보내는 과업을 마무리할 생각이다”라고 했습니다. 사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돌고래 쇼를 보지 않으면 됩니다.
<검증 : 수많은 검증을 통과해야만 과학>
“자연선택과 인위선택의 결과가 달랐습니다. 왜냐하면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죠.”
# 저마늄은 우리나라에서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엄청나게 많이 팔립니다. 어버이날 선물로 많이 찾거든요. 게르마늄 팔찌, 게르마늄 밥솥, 게르마늄 생수통 등 다양한 형태로 팔립니다. 게르마늄에는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 유별난 효자, 효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부모님께 선물하고 자신도 하나쯤 갖고 싶은 물건입니다. 문제는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지요. 게르마늄 목걸이는 수십만 원식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건강에 좋은 물건은 의료보험을 적용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60세 이상 노인에게는 소득과 재산을 따지지 말고 나라에서 하나씩 지급해서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도대체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시민단체는 왜 이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을까요? 왜 관심이 없었겠습니까. 당연히 과학자들을 시켜서 효능을 검사했지요. 하지만 아무런 효능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게르마늄 팔찌는 그냥 돌멩이 팔찌입니다. 게르마늄에서 원적외선이 나오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에너지는 우리 피부를 0.2밀리미터밖에 침투하지 못합니다. 차라리 뜨거운 물주머니를 안고 자는 게 더 좋습니다.
<책임 :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옛날 생각입니다”
# 지금으로부터 75년 전의 일입니다.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29분 45초. 미국 과학자들은 최초의 원자폭탄을 터뜨렸습니다. 핵실험이 성공했으니 실전용 폭탄을 만들었습니다. 리틀 보이와 팻 맨이 그것입니다. 두 원자폭탄을 어디에 떨어뜨려야 할까요? 원래 목표였던 독일은 이미 항복한 상태였습니다. 남은 적은 일본뿐이었습니다. 원자폭탄이 가져올 대량 인명 살상에 대한 고려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8월 6일 히로시마에 리틀 보이가 투하되었습니다. 8월 9일 나가사키에 팻 맨이 투하되었습니다. 단 두 발의 폭탄이 2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리고 두 도시를 초토화했습니다.
지난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29분 45초는 지난 500년간 가장 결정적인 순간일 것입니다. 이날 과학자들은 깨달았습니다. 호리병을 빠져 나온 지니는 결코 스스로 호리병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호리병은 함부로 문지르는 게 아닙니다.
<공생 :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인간들끼리 잘 어울려 살지도 못하면서 다른 생명과 어떻게 잘 어울려 살 수 있겠습니까.”
# 인류의 생존을 조금이라도 더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공생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생명들과 어울려 살려면 먼저 우리 주변의 생명과 잘 어울려 살아야 합니다. 바로 인간입니다. 인간들끼리 잘 어울려 살지도 못하면서 다른 생명과 어떻게 잘 어울려 살 수 있겠습니까.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에게 쉴 공간 하나 못 내주면서 다른 생명의 터전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다양성 : 다양할수록 독창적이다>
“동물들에게 저마다의 개성과 감정 그리고 지능이 있다는 사실을 불과 수십 년 전까지도 부정했거든요.”
<행동 : 인류는 늘 한계를 극복하고 답을 찾아왔다>
“세계 시민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지구 온난화나 지구 가열이라는 단어도 언론에서 슬그머니 사라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기후 문제야말로 해결이 쉬운 일입니다. 날아오는 소행성과 달리 기후 변화는 우리 인류가 만든 문제니까요. 산업혁명 이후에 인간이 쏟아낸 이산화탄소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만 변하면 되는 문제라는 것이지요.“
<협력 : 협력할수록 확장된다>
“현미경이나 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는 암흑의 세계로까지 우리의 세계가 확장된 것입니다.”
# 배타원리는 인간 사회에도 적용됩니다. 자기 사람으로 방을 채우면 결합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방을 비워놓고 생각이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무너지지 않는 세상의 뼈대가 생깁니다.
# 저는 친구가 보내준 대봉시를 몇 개씩 나누어서 그늘에 두었습니다. 그런데 홍시로 익어가는 속도가 거의 같더군요. 아무리 감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하루 세끼를 감만 먹을 수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결국 채 익지 않은 대봉시를 이웃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비록 대봉시가 번식을 하지는 못하지만 널리 퍼뜨리라는 대봉시의 정신은 지켰습니다. 떫은맛을 내어 널리 나누어 먹게 하는 자연의 섭리에 고개를 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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